가족의 경험으로 나누는 췌장암 이야기 ①

진단 전,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
지난해 늦가을 무렵부터, 꽤나 괴로운 복통과 잦은 설사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직업 특성상 외부에서 식사하는 일이 잦았고, 식사 후 스케줄을 위해 바로 운전하거나 차에 앉아 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단순히 생활습관으로 인한 위장 문제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가까운 ㅅ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3~4주간 복용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재진 시 의사는 '췌장이나 담낭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고, 마침 예정돼 있던 건강검진과 함께 췌장·담낭 초음파 검사를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무렵에 체중이 꾸준히 줄고 있었지만, 당뇨약을 복용 중이었고 일부 약을 바꾸기도 했기에 약물 영향이라 생각하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당뇨로 계속 진료를 다니고 있던 ㅎ의원과 상담하여 일부 약을 제외하고 복용하게 되었고, 1월 중순 무렵에는 증상이 조금 나아지는 듯 보였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한 췌장 기능 수치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추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기능 수치는 이상이 없다고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도 함께 복용했지만 나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상태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2~3개월이 흐른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가족과 상의했습니다. “근처에 괜찮은 병원이 있으면 다른 병원에 한 번 가볼까?”라는 말에 기다리는 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제 성격을 알고 있는 가족은 “유명한 내과가 있는데, 기본 대기시간이 두 시간이야. 괜찮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진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ㅇ내과에서 그 동안의 과정, 증상 등에 대해 상세한 상담을 했고 췌장 CT검사를 위한 진료의뢰서를 받아, 근처 2차 종합병원에 예약을 했습니다. 3주 후, 혹시라도 검사를 당일에 받을 수 있을까 싶어 공복 상태로 병원을 방문했는데, 다행히 진료와 CT 검사까지 하루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주, 다시 찾은 병원에서 ‘췌장 꼬리 부위에 혹이 있다. MRI와 조직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는 짧은 소견과 함께 입원을 권유받았습니다. 그러나 혹의 정확한 위치나 크기 등 구체적인 설명이 전혀 없이 바로 입원 절차로 이어졌고, 아침에 복용한 당뇨약을 이유로 다음 날 입원하기로 하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설명도 없이 입원이라니…"
췌장 상태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모든 일정을 멈추고 갑작스럽게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당혹스러웠습니다. 동행한 가족도 저의 표정을 읽었는지, '내키지 않으면 CT 결과를 받아서 다시 ㅇ내과에 가서 설명을 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CT 결과지와 CD를 받았고, 원래 예정되어 있던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ㅇ내과는 여전히 환자로 붐볐고, 우리는 점심시간 전에 재방문해 CT검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원장님은 무조건 ㅇㅅ이나 ㅅㅅ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하시면서, 좀 더 빨리 검사를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드러내셨습니다. 요즘 대학병원 예약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막막 했는데 직접 예약 해주신 덕분에, 대통령 선거일 바로 다음 날 예약이 되었습니다.
6월 4일 모든 면에서 희망적인 소식들만 들리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곰곰이 생각하다 먼 과거까지 돌아가 보니, 최근의 복통과 체중감소만이 아니라,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래 전부터 단백질이나 지방 위주의 식사를 한 날은 어김없이 곧장 화장실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췌장암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애매하게 나타나는 암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이미 3기, 4기에 접어들어서야 발견하게 되며, 그만큼 생존율도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위 이야기는 제 가족의 현재진행형인 상황입니다. 이 글이 비슷한 증상으로 마음 졸이며 검색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식욕저하, 소화불량, 설사, 피로감 등 장기간에 걸쳐 비슷한 증상이 있거나,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가 있다면 꼭 조기에 검사를 받으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