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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마음 건강

혹시 나도 HSP? 체크리스트

by 01210na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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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띄워준 전문가의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영상에서는 ‘HSP’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처음 듣는 단어였지만, 설명을 들을수록 자꾸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빛과 소리에 민감하고, 타인의 말에 오래 마음이 머물고, 변화보다는 익숙한 환경이 좋은 나.

어릴 때는 그런 내 모습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왜 그렇게 숫기가 없어?”
“그렇게 까다로워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래?”
어릴 적 종종 들었던 말들은 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큰 방해가 되었어요.
웅변학원을 억지로 다녔던 어린 시절의 기억도 있습니다. 그건 단지 말을 잘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내 모습 그대로를 존중 받지 못하고 부모님께는 좋아 보였던 누군가처럼 바꿔보려는 시도였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런데 영상에서 말하더군요. 이건 고쳐야 할 성격이 아니라고 말이에요. 이런 사람을 HSP, Highly Sensitive Person 또는 Hyper Sensitive Person이라고 하는데, 매우 민감하고 섬세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해요.

이 용어를 듣고 제 안에 쌓여 있던 오래된 말들이 하나씩 의미를 다시 갖기 시작했습니다.
‘예민하다’는 ‘세심하고 감각이 섬세하다’는 말이 될 수 있고, ‘생각이 많다’는 ‘깊이 있게 사유할 줄 안다’는 뜻이 될 수 있으니까요.

혹시, 저와 비슷한 분이 계실까요?



당신도 HSP일 수 있습니다

아래 문장들을 천천히 읽어보세요.
그리고 조용히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 역시 HSP일 수 있습니다.

1. 다른 사람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이유를 알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2. 시끄러운 환경이나 강한 조명 아래 있으면 쉽게 피곤해진다.
3. 불편한 옷감, 냄새, 배경 소음이 거슬려서 집중이 어렵다.
4. 누군가로부터 상처가 되는 말을 들으면, 며칠이 지나도 마음이 풀리지 않고 계속 생각이 난다.
5.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어울린 후엔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6. 예술이나 자연 속에서 깊은 감동을 자주 느낀다.
7. 경쟁이나 시간 압박이 있을 때, 숨이 막히고 불안해진다.
8. 쉽게 감정이 흔들리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잘 읽는다.
9. 단기간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정신을 못 차린다.
10.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숫기가 없다”“예민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 중 절반 이상에 해당된다면, 당신의 기질 또한 HSP의 범주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진단을 위한 테스트는 아니지만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HSP, 병명이 아닙니다.

HSP는 약점도 아니고, 단점도 아닙니다. 단지 ‘자극을 깊고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기질’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 기질은 누군가에겐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죠.
1. 공감 능력: 타인의 감정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그 마음에 닿는 사람.
2. 깊은 사고력: 사소한 문제에도 오래 고민하며 의미를 찾는 사람.
3. 예술적 감성: 자연, 음악, 글, 색채 속에서 누구보다 깊은 감동을 느끼는 사람.
4. 섬세한 관찰력: 주변의 작은 변화, 분위기의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는 사람.
5. 책임감과 신중함: 일을 함부로 하지 않고,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려는 사람.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까다롭다’ ‘유난스럽다’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하지만 사실은 이 세상이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전문가의 '아주 먼 옛날 늘 여유롭고 느긋하고 긍정적이기만 한 인간만 존재했다면 인간은 모두 강한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소리에 예민하고 주위 환경을 늘 살펴보고 사소한 변화도 눈치 빠르게 알아채는 먼 조상이 있었기 때문에 살아 남아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는 말처럼요.



HSP인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는 작은 다짐

이제는 사회 분위기가 선호하는 방향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1. 나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야.
2. 나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야.
3. 나는 ‘숫기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관계를 맺는 사람’이야.

앞으로도 불편한 상황은 많고 남들보다 더 피로할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나에게는 나만의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알았으니까요.



혹시 당신도 그러신가요?

이 글을 읽으며 문득 마음이 흔들린다면, 당신도 아마 그 조용한 세계 안에서 조심스레 살아온 분이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이 말 꼭 전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섬세하게, 조용히, 깊이 살아가는 당신은 충분히 괜찮고, 때로는 아주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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